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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 박여범

김성미 기자 | 기사입력 2021/11/22 [08:20]

그럴 때가 있다 / 박여범

김성미 기자 | 입력 : 2021/11/22 [08:20]

 

그럴 때가 있다 / 박여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익숙함으로 영혼마저 안개가 되는 것처럼

그럴 때가 있다

대답부터 질문까지 칼날이 시퍼레도

그래도 싱겁게 절로 웃음이 나는 것처럼

그럴 때가 있다

각을 세우며 촉수로 몸부림치고 소리 질러봐도

지금 우리는 만나고 있는 미소처럼

그럴 때가 있다

때깔 좋은 모과의 달콤한 향기처럼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길 바라는 바람같이

그럴 때가 있다

그 모과의 향기를 바람처럼 온전히 즐겨 보았는가

그럴 때가 있는가

아니, 그럴 때가 있었는가

쉼이 필요한 휴식처럼 주어진 나무그늘 아래에서

‖시詩를 담다‖

자주 들었던 말이다. ‘그때 그랬었지’, ‘그때, 왜 내가 그랬는지 몰라’,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후회하지 않을 텐데’, ‘꼭, 그럴까, 그렇지만은 않을 거야, 녹록치 않을 걸’ 등 익숙한 단어의 조합이다. 이처럼, 삶은 과거와 현재, 미래지향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개인적이고 지엽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정말 그럴 때가 있다.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던진 한 마디가 분위기를 망친 경험이 하나쯤은 있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생각 없이 튀어나온 말 한마디가 문제가 된다. 이러한 어설픈 행동이 힘든 영혼을 부여잡아야 하는 시간을 요구하는 그럴 때가 있다.

시인은 그럴 때가 있다. /대답부터 질문까지 날이 서 있어도/그래도 싱겁게 절로 웃음이 나는 것처럼/그럴 때가 있다/처럼 조금의 여유와 기다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시어에 담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대화에 나선다면 대답부터 질문까지 날이 설 수 있음을 던져주는 메시지다.

그럴 때가 있다. 아무리 각을 세워도 우리는 만나야 하고 만나야 하는 운명의 동반자이다. /각을 세우며 촉수로 몸부림쳐도/지금 우리는 만나고 있는 미소처럼/그럴 때가 있다. 웃으면 모든 갈등과 힘듦이 해결된다. 미안하다고 먼저 손을 내밀어보자.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는 생각이다.

이처럼 우리는 늘 만나고 헤어지고 웃고 울어야 하는 미약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서로 아등바등 다툴 필요도 없다. 웃고 살기에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때깔 좋은 모과의 달콤한 향기처럼/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길 바라는/바람을 닮아가는 그럴 때가 있다.

사람 관계에서 이기고 지는 자는 없다.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하고 즐겨야 하지 않을까? 인연을 아끼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다. 쉼이 필요한 휴식처럼 주어진 삶에….

박여범 시인

충북 옥천 청산

시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용북중학교 교감

시산맥 전북문인협회 한국사진문학협회 브런치 추천 작가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연구원

전북대학교 군산대학교 중부대학교 광주대학교 한국방송대학교 서남대학교 외래교수

『문장에 대한 감상과 다양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부크크), 『시詩가 꽃피華는 木나무』(부크크)

『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문경출판사),『글쓰기의 이론과 실제』(한국문화사-공저),『한국민속과 전통예술』(문경출판사),『논문작성의 이론과 실제』(학지사-공저), 『독서로 행복해지는 한 권의 책』(부크크) 외 다수

전주매일신문 <시인의 마을> 연재 중

시인투데이 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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